안녕하세요 서현이에요. 이번 주는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버린 느낌이에요. 어제 malik이 'Today's Friday!'라며 수업쯤이야 빠져도 괜찮아!라는 말을 할 때서야 주말이 왔음을 깨달았을 정도라니까요.
아, malik은 저희 반의 담임선생님이에요. 어제를 마지막으로 EF를 떠나셨지만 그의 수업방식은 자유롭고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2주 동안 이곳을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아쉽지만 그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생각해 보니 한 주의 시작부터 큰 축제가 있었네요. fourth of July!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있던 날이었거든요. 캠퍼스에서도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고, 저녁 9시엔 불꽃축제도 있었죠. 저희 기숙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위험하기로 알려진 거리에 위치해있어 잠깐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 날 만큼은 꼭 나가야겠다! 싶었어요.
저희보다 이곳에 먼저 머물던 치카를 통해 많은 친구들을 모아 든든히 길을 나섰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위해 길을 걷고 있지 뭐예요. 버스도 무료이고, 통제해놓은 길 때문에 흡사 좀비떼가 길거리를 차지한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축제를 볼 땐 또 한 번 인파 속에서 헤매는 일이 생겼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과 반대의 위치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지 뭐예요. 모두가 끝으로 우르르 달려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끝까지 저희를 챙겨주는 유라가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곤 큰 키로 제 폰을 높이 들고 사진을 찍어줬는데, 덕분에 그 순간을 잘 담아낼 수 있었죠.
실컷 놀다 지쳐 돌아가는 길에도 끝까지 서로를 챙기며 무사히 첫 저녁 외출을 끝낸 주말같은 월요일이었어요.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바쁜 한 주였던 것 같아요.
하루는 피크닉에 갔다 이탈리아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한 조를 만났는데요, 드넓은 공원 안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꿈만 같았어요.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는 저의 말에 크게 환영하며 신나게 이야기를 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날 저녁엔 치카와 카케루(는 저와 새민에게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준 고마운 일본 친구들이에요), 그리고 치카의 룸메이트인 애나와 함께 트윈픽스 언덕을 올랐어요. 샌프란의 전경이 다 내려다보이는 만큼 억센 바람을 뚫고 정상에 올랐어야 했었지만 아름다운 도시의 전경 앞에선 아무리 힘들어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높은 언덕도 하하 호호 웃으며, 심지어 뛰어가는 이 순간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서로가 하이틴 같다는 이야기를 계속 주고받곤 했어요.
외에도 체코와 슬로바이카에서 온 저의 클래스 메이트 친구들과 엔틱한 피자집에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기도 하고, 새로운 룸메이트와 서로 각자 나라의 대표음식을 만들어주기도 하며 주어진 시간을 빼곡히 쓴 날들이었어요.
사실 인파가 많은 곳보단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사람이었지만 요즘은 이곳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또한 제게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요. 정말 신기한 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땐 아무 걱정을 않게 된다는 거예요. 우선 영어를 쓰는데 온 정신을 쏟기도 하고, 둘째론 다른 국적임에도 대화 속에서 끊임없이 웃게 되는 일들이 생겨서 제게 걱정과 근심이 들어올 틈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아요.
물론 혼란스럽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럴 땐 도서관을 찾거나 책을 꺼내 읽으며 저와의 약속도 잘 지키려 노력하고 있는 요즘이에요. 저는 이곳에서 남은 시간 동안, 저와의 약속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맘껏 즐기고 돌아다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시도해 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할 땐 항상 흥미롭거든요. 그게 어떤 결과를 낳건, 그 과정 속에 있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하니까요!
예정되지 않은 것들이 자꾸 들이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순간들을 즐기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주는 레터에 말고도 이곳저곳 기록을 많이 해두기로 다짐해요! 레터는 아마도 1주에 1통씩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내고 인스타에 공지를 해놓을게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