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모두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는 한국에 들어온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가네요. 무더웠던 한 달간의 여름 이야기를 가을에 와 마무리 짓는건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그동안의 고민들과 경험들이 또 다른 도전을 할 제게 새로운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레터의 발송 버튼을 눌러봅니다.
저의 마지막 이야기 함께 들어주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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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레터에 담긴 3가지 이야기 목차
1. 레터를 멈춘 이유
: 나를 힘들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2. 레터를 멈추지 않은 이유
: 정말 중요한건 원인이 아닌 해결
3. 뉴욕에서 쓴 일기
: 뉴욕에서 기록한 소중한 이야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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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멈춘 이유
나를 힘들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레터이니만큼 더욱 솔직해지고 싶어요. 솔직하게 저는 레터를 마무리하지 못한 두 달간의 시간동안 매일 조금씩의 불편함을 안고 있었어요. 뉴욕에서도, 한국에 돌아와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요. 뉴욕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글쓰기를 주저하는 저를 처음 마주했을 때 지금의 불편함의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난 왜 글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을까?', '지금 날 힘들게 하는 심리적 문제는 무엇일까?' 하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답을 명확히 찾지 못해 되돌이표처럼 반복할 뿐이었어요. 끝내 한국에 돌아오는 날까지 말이죠.
결국 한국에 돌아와선 고민과 함께 레터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에 배로 힘든 불편함을 겪게 되었어요. 이는 편히 글을 써내리던 마음을 점점 사라지게하고, 정작 사소한 것들에 매달려 글쓰기를 더 주저하는 저를 마주하게 만들었죠. 그러다 일종의 완벽주의에 갇힌 저를 마주할 때서야 지금 뭔가 잘못되고 있는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뉴욕에서의 심리적 문제를 알아내는 것이 레터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 일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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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었음을
우선, 전 아직도 뉴욕에서 글을 쓰지 못했던 심리적 문제의 답을 찾지 못했어요. 레터를 멈춘 이유에 대해 더 이상 고민을 않기로 결정한 쪽에 더 가깝죠. 우리는 보통 마음이 힘들 때 과거로부터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한대요. 하지만 통계적으로 날 힘들게 한 큰 원인을 알게 된다 한들, 그것이 핵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아주 명쾌하고 확실한 원인을 찾으려하는 생각은 날 괴롭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어쩌면 저는 두 달 동안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수많은 과거의 일들을 소환해서 어떻게든 문제의 원인을 찾고자 노력했던 걸지도 몰라요. 물론 이런 노력들이 아무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저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존재였고, 제가 뉴욕에서 겪었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은 훨씬 복잡했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 그동안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힘들게 했던 저를 잘 놓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또한, 제가 느낀 불편함들을 풀어야 하는 상황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을 지도 몰라요. 저를 둘러싼 상자가 걷어졌음에도, 레터를 써야한다는 마음 때문에 여전히 상자에 갇혀있다고 생각했던거죠. '불편한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야'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걸 그땐 알지 못했어요. 불편했다고해서,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는 것도, 할 수도 없음을요. 중요한건 직면한 문제가 정말 풀고 싶은 것이 맞는지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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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한 줄 노트
1. 지나간 불행을 한탄하는 것은 새로운 불행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이 아닐까.
2. 지금 이대로를 감사하고 싶다. 해결할 수 없는 것을 붙들고 힘들게 하지 않기.
3.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즐거워진다는 말이 있다.
4. 결국 삶은 어떤 일이 생겼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의 문제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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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멈추지 않은 이유
정말 중요한 건 원인이 아니라 해결
현대 심리학자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으려 할 때 우리 자신에게 바꿀 힘이 있다는 걸 잃어버리고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문제의 책임을 타인에게, 혹은 어쩔 수 없이 겪을 수 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경험으로 돌린다면 단기적으로는 문제로부터 도망칠 수 있지만 이러한 태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해요. 정말 중요한 것은 명쾌하게 알 수 없는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라고요.
뉴욕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문제들의 원인을 찾으려 했던 저는 심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레터를 쓰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곧 해결책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곤 일기장을 다시 펼쳐낸 뒤, 나를 둘러싼 문제들로 부터 한 발자국 벗어나 오늘 하루의 일을 친구에게 전화한다고 생각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펜을 잡았죠. 그 뒤에 신기하게도 쓰고 싶은 일화들이 다시금 가득 떠올랐는데, 문득 나의 일기장을 그대로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의 레터와는 다른 형식이지만 레터를 이어가는데 충분히 재밌는 시도 같았어요. 그 순간 스스로에게 작게 속삭였던 말이 아직도 머릿 속에 맴돌아요. '나 아직 레터 멈추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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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기록하면 지혜의 일기가 되고
한국에 돌아와 이 고민을 주변에 친구들에게 털어놓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답변이 돌아왔어요. '그냥 이대로 끝낼 순 없는거야?', '시작한 것만으로도, 레터를 써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했고, 괜찮아!', '했다는 거, 그럼 성장한 거지. 실패한게 아니라.' 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처럼 멍한 기분이 들었어요.
나를 다독이는 가장 쉬운 방법을 놓친 듯한 느낌이랄까요. 글을 쓰고 지우며 실패를 거듭할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고 좌절하기만 했는데, 동시에 실패한 기분이 든다는 건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의 반증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거든요.
그리고 문득 '이 실패의 기분을 잘 정리해서 레터에 기록한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어요. 뉴욕에서의 시간을 기록해두는 것만큼 저의 실수를 기록하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레터를 이어가게 되었네요. 무엇보다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와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 지혜의 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챕터를 채워갔던 것 같아요.
이번 레터를 마무리하면서 '차리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나았겠다. 그러면 이런 멍청한 고민으로 시간을 흘려보낼 일도 없었겠지.' 하는 생각도 하곤 했었지만 실패하고, 좌절하고,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저는 '성공'과 '실패' 단 두 가지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순간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 우리 자주 실패해도 그 순간을 가치없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살다보면 때론 점을 찍지않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너무도 행복해서 다음 점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을 만큼 머물고 싶은 순간도 겪게 되겠지요. 하지만 삶은 어느 한 점에 머무를 수 없기에. 그저 매 순간순간 점을 잘 찍으며 꾸준히 삶의 선을 그려나가기를. 이 글을 읽는 모두를 위해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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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lure is success if we learn from it.]
실패에서 배운다면 실패는 성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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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lure doesn't exist. lt's only a change of direction]
실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방향의 전환일 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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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ing someting is always better than doing nothing.]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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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4.
공항에 도착해 픽업버스를 타고 바로 학교에 도착했는데, 그동안 머릿 속으로 상상하던 '뉴욕'과는 또 다른 뉴욕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넓고 자연에 둘러쌓인 캠퍼스라면 내가 늘 꿈꾸었던 학교의 전경이긴 한데 이곳이 뉴욕이라는 생각을 하면 말이 조금은 달라진달까. 흔히 뉴욕의 중심가로 불리는 '타임스퀘어'와는 기차로 1시간이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고. 그렇다면 '친구들과 캠퍼스에서 좋은 추억이 더 많이 쌓이겠지?' 하는 기대가 될 법도 한데, 아직은 샌프란시스코 친구들이 그리워서인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에 대한 감흥도 덜 한. 뉴욕의 첫 날을 이렇게 도착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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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5.
기차역의 이름이기도 한 이 동네의 이름은 'tarrytown'. 기차역에 내려 언덕을 하나 오르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음식점과 상점이 모여있는 작은 광장이 있고, 그 위론 정원이 있는 주택들이 공원 사이사이 놓인 여유로운 동네다. 4주 동안 머물게 될 나의 첫 뉴욕은 꽤나 조용하고 느리게 흘러갈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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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대신 오리엔테이션이 전부인 첫 날. 곧장 맨해튼에 내려가려고 신나게 기차에 올랐는데, 문제는 위험하다는 할렘가에서 내렸던 것. 어쩐지 길을 걷는데 관광객이 하나 없더라니. 지하철에서 나왔을 땐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비에 쫄딱 젖기도 했다. 심지어 폰이 꺼진 상태로 길도 잃었던. 당시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저녁에 이모부께서 보낸 문자를 보고 할렘가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무언가를 알고나면 아무것도 모르고 행동했던 때가 용감하고 대담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다음부턴 잘 알아보고 다녀야지. 안전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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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같은 미국임에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점점 나의 직감이 '여기서 적응하기 쉽지 않겠구나'로 흘러가는데, 자꾸만 샌프란시스코와 비교되는 것들이 생겨나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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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을 감당하기 위해 정형화된 시설들, 체계화된 시스템. 실은 전형적인 학교와 다를게 없다만, 샌프란시스코의 자유로웠던 분위기를 떠올리면 숨이 막히는 건 사실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던 교실, 자연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와 넓은 복도, 서로의 메뉴를 요리하던 부엌까지. 사소해 보여도 이런 환경들이 계속 생각하게 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데 큰 도움을 줬던 것 같다. 뉴욕은 학생 수가 더 많음에도 공간은 훨씬 더 비좁고 창도 바라볼 수 없는 구조라서. 공간에 따라 사람이 위축이 되기도, 활력을 잃기도 한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나는 생각보다 더 공간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구나. 싶다. 그리고 공간과 환경은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서부 사람들의 친절하고 여유로운 태도와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들이 서부에 모여있는 것도 이런 환경과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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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7.
생각이 깊어지는 나날을 보내던 참이었는데.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엣지에서 숨이 막힘과 동시에 속이 뻥 뚫리는 뷰를 보고 나니 조금은 후련해진 마음. 무언가 모를 불편함이 드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알려고 할 수록 답은 멀리 도망치는 것 같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흘려보내는 것 같아 아쉽다. 에이 모르겠다. 싶어 계속해서 엣지에 다녀온 영상을 돌려보는 중. 정말 이렇게 웅장하고 거대한 도시뷰는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괜히 눈을 크게 떠보게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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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8.
수업 중에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어 가끔 깊은 생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을 적어냈는데, 익명의 누군가가 남긴 답장을 붙들고 한참을 감동했다.
[ 나 역시 생각의 길을 해매. 그건 너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니까, 이 행동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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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9.
뉴욕에서의 첫 금요일.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룸메 상은이가 친구를 사귀기 위한 작은 꿀팁을 줬었는데 바로 매주 금요일에 태리타운의 유일한 바(bar)인 'setback'에 가는 것. 작은 동네에 위치한 캠퍼스인지라 멀리 나가기 힘든 불금엔 이곳에 늘 학생으로 북적북적하다고. 한국에서도 새벽까지 술을 먹어본 적이 드물어서 재밌게 놀다 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버드와이저 두 병을 마시고 혼자 있고 싶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새민이랑 친구들에게 자꾸 사라지면 걱정된다고 한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사람마다 술자리를 즐기는 방식은 다르지만 난 그냥 조금의 알코올이 들어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기분이 좋고 즐겁다. 어제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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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계획없이 태리타운에 내려가 모기를 두 방이나 물리고 돌아오는 길. 여전히 습하고 더운건 싫지만 여름은 좋다. 오늘은 오랜만에 반바지를 입었는데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계절은 아마 여름이 최고이지 않을까! 여기서 피부가 타는 건 아무렇지 않은데.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할 때면 흠칫 할 때가 있다. 그래도 꾸준히 햇빛 밑에 머무는 나. 창가자리에 앉게 되는 나. 이제보니 내가 워낙 잘 타는 피부이기도 했는데. 내가 뭐라고 햇빛을 막아드려 했는지! 깊은 생각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어디든 햇빛을 마주해 걷고, 나가 두 발을 움직이는 걸 연습해야한다. 마냥 기숙사에 앉아있지 않아 다행이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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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펠 시켰는데 샐러드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에 대해. 그것도 볼에 한 가득. 등잔 밑이 어둡다고. 뉴욕와서 최고의 맛집인 듯하다. 올리브가 통째로 들어가 있던 샐러드가 아직도 안 잊혀진다. 결국 샐러드를 잔뜩 먹다 팔라펠을 포장해버렸다. 팔라펠도 만만치 않게 맛있었지만 샐러드.. 잊혀지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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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
천천히 느리게 가고 싶다. 느리더라도 주변을 잘 살피며 작은 행복들을 챙겨가는 삶이면 좋겠다. 적어도 여행을 할 때만큼은. 늘 태리타운을 벗어나기 바빴는데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니 이곳의 매력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역을 갈 때마다 지나친 아사히볼 가게에 드디어 들어갔는데 벽 한 쪽을 가득 차지한 메뉴판 앞에서 행복한 고민을 한참 했다. 요즘 달고 차가운 것들이 너무 좋다. 미국에 와 아이스크림 가게를 몇 번이나 드나들었는지. 본격적인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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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무언가를 최대한 기대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힘을 빼고 무기력해지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거짓된 희망이나 믿음을 갖지 않도록 충분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기대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계획에 없던 뷰를 마주하고 나니 더 더욱 다짐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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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클린의 밤. 샌프란시스코와는 사뭇 다른 도시적 분위기에 괜히 낭만적인 저녁. 작은 바에서 시킨 와플햄버거를 먹는데 저 뒷편에서 작은 꼬마가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른다. 유독 기숙사에 들어가기 싫었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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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
옆 방을 쓰는 민영이와 단숨에 친해지고 맨해튼에 내려가기로 약속했다. 맛집을 꿰뚫고 있는 민영이를 따라 들어온 식당이었는데 '분위기에 압도된다'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는 곳. 내내 미국 음식만 찾아다녔는데, 퓨전 아시아 음식 먹는 재미를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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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아 한참을 기다리는데 도통 시작할 기미가 안 보인다. 정신차리고 보니 멀뚱히 앉아 기다리는건 나 뿐인 것 같은 기분. 꼭 무대를 위해 무대 앞을 앉아야 하는 건 아니다. 동시에 우린 어디서나 쉬어갈 수 있음을. 뭐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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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classmate유메에게 맨해튼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묻다가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무비나잇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뉴욕은 여름에 곳곳의 공원에서 무비나잇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주 상영작은 뮤지컬 영화 'Grease 2'. 유메와 슈퍼라지 피자를 사들고 들어오니 내리 쬐는 햇볕은 점점 사그라들고 어느새 사람들로 공원이 가득 메워졌다. 이게 바로 뉴욕커들인가! 뉴욕의 곳곳을 다니며 느낀 점이라 하면 이곳의 사람들은 무더운 도심 한복판에서 쉬어가는 법을 너무도 잘 안다는 것. 그 속에 나라니. 이렇게 낭만적인 밤은 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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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줄도, 잘 그리지도 않지만 미술관의 고요하고 차분한 공기에 이끌려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관람 속도가 느린 데에 반해 시간이 촉박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꽤나 많은 것을 담아왔다. 어쩌면 미술관에 가는 것은 알고리즘 시대에 비슷한 경험들을 덧대어 겹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를 고립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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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뉴욕에 오면 꼭 재방문할 곳. 'Magnolia Bakery'. 혹여 뉴욕에 갈 일이 있다면 빵 반죽 사이로 차갑고 달달한 바나나가 한 가득 느껴지는 바나나 푸딩을 꼭 먹어야한다. 기존에 알던 푸딩과는 전혀 다른 식감이지만 계속 떠먹게 되는건 여전한 마성의 푸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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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3.
영화 어스 초반 부에 등장하는 놀이공원이 생각나는 뉴욕의 코니 아일랜드.
미국스러운 놀이기구와 이어진 드넓은 해변을 볼 때면 더 더욱 영화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 '영화 같다'. 한 번쯤 상상해보고 기억 넘어 저 뒷 편으로 잊혀진 장면들을 다시 꺼내올 때 자주 내뱉는 말. 흔히 영감을 얻는 기분과도 같다. 편안함을 벗어나 늘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이유.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지만 당장 너무 신나게 즐기고있는 나를 봐도 그렇다. 친구들과 함께 복작복작한 길 사이를 돌아다니며 정신없이 노는게 얼마만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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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코니 아일랜드에 간다면 꼭 타봐야 하는 롤러코스터. 허름한 안전바를 보고 별 기대없이 탔다가 눈물을 닦으며 내린. 쏟아지는 놀라움의 연속에 웃다가 정말 눈물을 흘렸다. 또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또 탔다면 처음의 이 감동이 깨져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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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쯤은 혼자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게 왕복 16시간이 걸리는 피츠버그인 것에 대해. (프랭크 로이드 건축물을 보기 위해 뉴욕에서 피츠버그 가는 사람 = 김서현)
실컷 놀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친구들이 먼저 내리면서 잘 다녀오라는 말을 건넸다. 비로소 혼자가 되었음을 실감하는. 하루종일 나를 둘러싼 두려움이 놀이공원 때문인 줄 알았는데 오늘 당장 계획되어있던 혼자 여행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난 지금 건축물 외부만 구경하는 티켓 뿐이라 스스로도 이게 얼마나 무모한 발걸음인지 잘 안다. 하지만 버스에서 잠을 해결해도 괜찮을 만큼 날 설레게하는 것이 있고, 조금 무모해보여도 그걸 향해 가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떨리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두려움의 크기만큼 성장해있으리라 믿으며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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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무사히 버스에 오른 뒤 찾아온 조금의 안도감.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면 돼! 잘하고 있어! 라고 다짐했던 마음도 잠시 새벽에 강력한 에어컨 바람 때문에 몇 차례나 잠을 깼다. 덜덜 떨다가 에어컨 바람을 조절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세기 조절 버튼이 고장났다고. 히터와 에어컨 바람이 번갈아가며 나올 때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 빨리 이 버스를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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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온 몸에 피 대신 긴장감이 흐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언제 계획이 틀어질지 한 순간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 방금도 멀다는 이유로 한 번 거절을 당하고 겨우 우버에 올라탔다. 한숨을 돌리는데 기사님께서 도착지는 너무 산골이라며. 아마 돌아오는 우버는 잡을 수 없을거라고 한다. 애초에 우버로 이곳을 가는 사람이 없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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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에 빠진 채로 폴링워터에 도착했는데 불안한 마음 한 켠에 'You can do it!' 을 계속해서 외치는 내가 보인다. 차근히 데스크 직원인 Lori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방법이 있냐고 물었는데 나의 상황을 듣고선 자신의 퇴근길에 나를 터미널로 데려다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환불하려했던 25일 티켓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프리미엄 티켓인데 일정이 안 맞아 포기하고 오늘자로 외부구경만 하려고 했었던 상황) 오늘 날짜로 바꿔 내 손에 쥐어주셨던.
어느새 모든 문제를 해결한 나를 마주하니 느끼는 사실. 내 생각보다 강한 나를 마주하게 해주는 것 또한 모순적이게도 혼자만의 여행이다. 그리고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 내 여행의 빈 공간을 가득 메워줄 때 비로소 혼자라는 단점이 눈이 녹듯 사라지고 이 시간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같은 기분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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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티켓이다. 이 종이 한 장을 받고 얼마나 감동을 삼켰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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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로이드의 'Fallingwater(낙수장)'.
자연을 지배하기 보다 자연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 그의 건축 철학이 녹아든 주택을 보는 일은 재미를 넘어 큰 영감을 준다. 그는 자신이 건축가이지만 공간을 사는 사람은 다 다르기에 그 형태 또한 다양함을 강조한다. 음악으로, 그림으로, 글로 각자만의 개성을 표현하듯 건축으로, 자신이 머무는 공간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것.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나의 꿈이다. 이를 실현한 그의 별장을 머무는 내내 떨렸던 마음을 잊지 않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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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준비를 끝낸 Lori가 'Are you ready?'라고 물으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건넸다. 플레이리스트에 빼곡히 담긴 bts 노래가 차 안을 가득 메웠던. 덕분에 이야기가 트여 대화를 나누는데 나의 독립적인 성격에 감동을 받았다는 말로부터 오히려 내가 감동을 받았다. 이윽고 배고프지 않냐며 잠깐 차를 세워 내 손에 커피를 쥐어준 그녀. 꾸준히 연락하자는 약속과 함께 나를 터미널 앞에 내려주었다. 네트워크도 안 터졌던 곳에서 나를 터미널까지 데려다준 그녀의 친절함에 대한 고마움이 건축물에 대한 여운을 삼켜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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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갑자기 눈물이 떨어졌다. 참아야지 했는데도 멈출 줄 모르는 눈물 때문에 오랜만에 눈물을 쏟았던.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메모장을 켜 쓴 글.
[ 포기 끝엔 실패와 좌절이 따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은 그 반대일텐데.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용기이다. 포기를 잘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결국 무엇이든 시도하게 된다. 그렇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 앞에서 온전히 나만의 삶을 만들어간다. 실패 뒤에 좌절하는 건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 이 기쁨이 얼마나 큰 건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부디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길 하는 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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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6.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첫 시도부터 완벽하게 빈틈없는 작품을 내놓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그런 일은 기대해서도 안되고, 그렇게 나와도 안되는 것 아닐까. '뭐가 됐던 결과물이 좋으면 좋은 거지 그래선 안될게 뭐야?' 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첫 작품의 결과물이 좋으면 사용자에겐 좋을지라도 그걸 만드는 사람에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그냥 하자! 해놓고 또 하자! 계속 하자! 꿈은 크게, 행동은 제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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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레고 🎶 레고 기계 앞에 서서 그냥 하자를 수백 번 외친 결과물.
꽤나 귀여운 그림이 새겨졌다. 봐봐, 그냥 하면 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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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8.
의도를 한 건 아닌데 워싱턴 광장에 벌써 3번째 방문이다. 맨해튼에서 한숨을 돌리려 공원을 찾을 때면 신기하게도 늘 이곳 근처인. 올 때마다 느껴지는 이곳의 자유로움이 너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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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내일부터는 학교를 졸업하고 완연한 여행자가 된다. 태리타운에 다시 오는 날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지런히 동네를 더 구경하기로 했다. 마침 아침에 상은이가 베이글 조합에 실패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가봐야 할 곳이 하나 생겼던 터라. 대충 옷을 차려입고 밖을 나섰다. 혼자 열심히 베이글 가게에 향하는 와중에 정원에 호스를 뿌리던 집 주인에게 반가운 인사를 받았다. 블루베리 크림을 가득 얹은 베이글을 한 손에 쥐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든 생각.
'왜 꼭 마지막엔 정이 들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생기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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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리타운역 앞에 이렇게나 좋은 공원이 있는 줄이야 또 몰랐던 사실인데. 마지막 날이라고 슌과 아츠시가 함께 산책에 나와줬다. 뉴욕에 도착한 첫 날부터 한 달 내내 적응에 힘들어하던 우리를 챙겨준 고마운 친구들. 이들과 마지막 하루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고 즐거웠던 하루. 아, 그리고 일본 이름도 생겼지! 평생 쓸 거라 했더니 고심 끝에 '마코토 아이나'라고 지어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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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0.
친구들의 배웅을 받고 태리타운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택시에서 너무도 슬펐던 탓인지. 내성이 생겨버렸다. 헤어짐도 잠시, 만남과 이별 그리고 만남이라는 말이 있듯 새로운 만남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우리.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선아를 만나 잊지못할 추억을 또 하나하나 쌓아간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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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벤트 - 뉴욕 'THE RIDE' 투어버스
: 한 쪽으로 뻥 뚫린 창을 바라보고 앉아서 투어를 도는데 누구라 할 것 없이 우릴 향해 신나게 손을 흔들어준다. 길을 걷다 공연을 펼치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아무런 거리감 없이 걷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바로 뉴욕이야. 뉴.욕. 이라고! 라고 외치는 듯 했다. 누가 관광객인지 알 수 없는 뉴욕의 거리는 어쩌면 적응하기 가장 쉬운 여행지가 아니었을지도 하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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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식사 - 뉴욕 3대 스테이크 하우스 'BENJAMIN'
: 식전 제공되는 빵의 구성부터 남다르다. 1인 코스 메뉴를 시켰는데, 에피타이저로 나온 시저 샐러드 매력에 푹 빠져서 스테이크를 미처 다 못 먹은. (이거 펠라펠의 데자뷰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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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1.
마음 한 구석에 박힌 불편한 감정을 물고 늘어지는 요즘. 순간순간을 잘 살아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 감정이 쉽게 끊기지 않아 어쩔 줄 모르겠다. 그렇게 커져가는 생각이 날 지치게 할 때 쯤이면 또 다시 [안녕한, 가]를 꺼내든다. 이 책을 만난지 벌써 1주년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면 작게라도 어딘가를 떠날 때 이 책을 안 쥐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과수님 덕질타임. 그녀의 새로운 인터뷰를 쭉 돌려보는데 또 무언가의 위로를 얻었다.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도 무뎌지는 날이 온다고. 갑자기 답을 찾아가는 이 순간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성장하고 있는 나를 잘 다독여줄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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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잘 읽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책을 손에서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 뿐이다. 책을 손에서 놓는 순간, 나의 생각들이 하나의 신념으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조심하고 싶다. 내가 맞고 너가 틀려라는 마음들을 하나하나 접어가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유연하고 겸손한 마음을 붙들기 위해. 잘 듣는 사람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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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2.
지금은 패키지 투어 중. 내 생에 패키지 투어란 절대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어제 나이아가라 폭포에 향하는 일정을 위해 종일 버스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오늘은 어느새 캐나다가 코 앞이었던. 폭포를 사이에 두고 나눠진 국경을 넘나들며 구경하다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간 기분. 떨어지는 물살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충분한지. 가볍게 밀려들어오다 떨어질 때서야 느껴지는 무게감, 모든 곳이 쉬지않고 흐르며 이어진 물줄기들. 이렇게 생각들을 거침없이 버려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도 해보고. 폭포가 이렇게나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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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4.
뉴욕 한 달 살이의 마무리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일정. 자유의 여신상 보기.
안녕 뉴욕! 을 속으로 외치며 마지막으로 뉴욕 전경을 눈으로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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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하루라고 특별한 의미를 둘 수도, 두지도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맥주 하나를 위해 30분을 걸은 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차에 갈 뻔하다 혼자 속이 안 좋아져서 바로 숙소에 들어왔던. 사진첩을 보니 뒤에서 터벅터벅 걷다 찍어둔 새민이와 선아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아니었을까) 내일은 꼭 편지를 남겨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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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i와 꾸준히 연락하다 받게된 선물들.
(오히려 내가 줘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bts 피규어를 선물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을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이럴 땐 기쁘게 받는게 서로의 행복이 되기도 하니까.)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로부터 도착해 있던 택배상자를 열었는데 불현듯 자기는 bts를 너무 좋아한다고, 내게 취미가 뭐냐고, 제일 좋아하는 스낵이 뭐냐고 묻던 대화들이 머릿 속을 스친다. 피규어와 함께 그 날의 로리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상자 앞에서 어떻게 감동을 안 받을까. 대가 없이 나눠주는 Lori의 따듯한 마음 덕분인지 나도 모르게 조금씩 쌓아왔던 조건없이 베푸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경계를 다시 다 허물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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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5.
한국에 가면 내게 미국에 다녀와 무엇을 느꼈는지 묻곤 하겠지. 나부터도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으니. 벌써부터 앙 다문 입술을 어떻게 떨어뜨릴까 심히 고민하는 내가 그려진다.
경험, 느낀 점, 변화한 점이 없는게 아닌데도.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기록해내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선뜻 이야기를 못할 것 같은 이유는 경험하지 않고선 느낄 수 없는 감정들 때문이다. 수많은 경험을 거친 오늘의 나 그 자체가 경험의 결과이자 질문의 답변이다. 일기 또한 과거이자 빙산의 일각일 뿐. 오늘의 나를 가장 사랑해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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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 더 친절하고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가공없이 표현하는게 자유로이 허락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마음 그대로의 표현을 한다는 것. 일과 현실에 치여 잃기 쉬운 마음 중 하나인데 이를 이곳에 와 다시 한 가득 담아 돌아가는 것 같다. 정말이지, 한국에 돌아가서도 서로의 친절함 속에 웃는 일이 많기를, 이를 알고있는 사람들과 자주 함께하는 삶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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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 - 고양이를 부탁해 (2001) / 조찬클럽 (19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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