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야구 좋아하세요? 전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버킷리스트를 하나둘씩 이뤄가는 중에 오라클 구장(Oracle park)에 다녀왔어요. 야구 광팬은 아니지만 어릴 적 동생을 따라 야구를 보다 구장의 매력을 알게 됐거든요. 게다가 메이저리그라니! 특히 오라클 구장은 바다가 바로 옆에 접해있어 3층에서 내려다보면 바다와 경기를 한 번에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 더 기대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콘서트장도 그렇고, 야구장도 마찬가지. 수많은 관중 속 작은 면봉 같은 존재가 되는 일은 늘 저를 오묘하고도 벅찬 기분이 들게 만들어요. 작은 목소리들이 만들어내는 함성을 들을 때면, 괜히 힘이 솟기도 하고요. 승리는 못했지만 8이닝 만루와 따라잡기는 제게 충분히 설레고 즐거웠던 경기로 남았어요. 원래 날이 셀 때까지 하는 경기가 쫄깃하고 재밌는 법이라. 아침에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즐기고 돌아온 날이었네요.
돌이켜보면 레지던스 주방에서의 추억이 정말 많아요. 처음엔 분주하고 정신없게만 느껴졌던 곳이었는데, 적응을 하고 보니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모여 저녁을 준비하며 제일 많이 웃고 떠든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는 제 스페인 룸메이트와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해주기도 했고요, 하루는 친구들과 피크닉에 갔다가 내기를 해서 친구들의 저녁을 만들기도 했어요.
한 끼를 준비하는 건 분명 불편한 시간을 거쳐내야 하지만, 오랜 준비로 차려진 만큼 늘 소중한 추억이 뒤따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시간이 가져다주는 삶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바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건, 그저 이끌려 살고 있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제가 요리에 관심이 많고 부엌에 머무는 시간이 좋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잘 차려진 한 끼 식사에 담긴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저이기에, 다른 추억만큼 레지던스 부엌에서의 추억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리고 기록을 해내면서 하나둘씩 느끼는 점이 있는데요, 샌프란시스코에는 눈으로 밖에 담기지 않는 것들이 참 많았어요. 한가하고 자유로운 공원 속 분위기, 곳곳에 수놓은 웅장한 건물들, 그리고 바쁜 도심을 잊게 해줄 큰 항구까지. 하루는 자전거를 빌려 샌프란시스코의 트레이드마크인 금문교를 신나게 질주하는데 문득 이 풍경을 담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멈춰서 사진을 찍어도 부족한 제 사진 실력 때문인 것 같아 아쉬움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는데요, 어느 순간 그만큼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마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물론 사진의 소중함도 잘 알지만, 많은 걸 담아내겠다는 욕심은 조금 내려놓고, 온전히 그 상황을 느끼는데 집중을 해보는 것도 제겐 큰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제가 담아낸 것들을 공유할 순 없지만, 그 기억으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해요.
저는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기억을 잘 담아두고 뉴욕으로 떠나보려 해요. 저의 첫 해외여행지였던 샌프란시스코는 어딜 가든 모두가 친절했고, 따듯했던 곳이었어요. 이 사실이 앞으로의 제 여행에 큰 그리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고맙고도 따듯한 이 기억들을 안고 제 안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 가보려해요. 뉴욕에서도 즐거운 추억 많이 쌓아 공유해 볼게요! 푹푹 찌는 더위 조심하시고요! 행복한 여름 나기 되시길 바랄게요.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